덕국 기갑장비를 주제로 하는 일련의 포스팅들을 하고 있는 이글루스의 모 님이 자신의 얼음집에 하이브리드 전차에 대한 일련의 포스팅을 전개하고 계시다. 그런데 그 일련의 포스팅들을 보신 지인이 그 내용이 맞는 야그냐고 질문을 해 왔다. 우마왕이 하던 이야기랑 내용이 다르다는 거지. 그래서 가서 해당 포스팅을 봤다. 보고난 소감은 대체 뭔 소리를 하시는 겐지.,,, 소설은 좀 자제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의도야 어찌 되었건 아쉽게도 포스팅의 내용은 매우 혼동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덕국 전차 연구자들이 굳이 하이브리드라고 부르는 경우를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하는가 하면, 덕국 전차 연구가들이 최소한 이제는 하이브리드로 분류하지 않는 사례를 하이브리드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용어 설명에 대한 오해도 빠지지 않는다, 이에 우마왕은 몇 번에 걸쳐 실제 사례를 통해 독일 하이브리드 전차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사전적 정의부터 살펴보자. 하이브리드란 이종간 교배로 태어난 혼혈종을 의미하고, 종이란 생물학적 계층분류의 최소단위이자 전반적으로 동일한 유전형질을 나타내는 개체군의 포괄집단이라고 정의된다. 문제는 사전적 정의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전적 정의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생물계의 개체들은 사전적 정의와 딱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한 대륙의 물수리가 독수리의 방계라면 다른 대륙의 물수리는 독수리 방계가 아닌 황새의 방계더라...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출발점은 하나의 종이었지만 돌연변이라거나 지리적 고립성등으로 인해 다른 종이 되어비리는 경우도 존재하는 것이다.
전차나 그 외 기계장비는 2세 개체가 생길 수는 없으니 차종간의 구성요소 호환 여부가 차종의 동일성 여부를 파악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바꿔 말해 이종간 부품을 혼용하는 경우, 하이브리드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문제는 이 또한 생물학적 종의 분류만큼이나 헷갈리는 문제다. 가령 같은 종으로 구분되는 차량이 구성요소를 바꾼 경우, 별도의 차종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법이다. 가령 하이브리드라고 부르는 경우는 언제일까? 물론 페르디넌트/엘레판트, 혹은 VK4502처럼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하이브리드 전차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최근의 하이브리드 동력 차량들 마냥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혼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엔진을 돌려 발전기로 전기를 일으킨 뒤 미션의 역할을 대신하는 전기모터를 돌리는 것이므로 엄밀하게는 하이브리드 동력 구조도 아닌 셈이지만 말이다. 다른 사례를 생각해보자. 통칭 이지에잇으로 불리는 M4A3E8의 경우 기본형이라 할 만한 M4A3와 비교해보면 주포와 포탑이 달라지고, 주행기구 또한 달라졌으며 심지어 차체의 구조도 좀 달라진다. 이런 식으로 마치 생물학적 종에서 나타나는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처럼 기본 차종에 새로운 구성요소들이 도입되는 경우, 이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생긴다. 마찬가지로 이지에잇의 서스펜션 HVSS를 M4A1에 이식한 M4A1E8의 경우엔 하이브리드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런데 M4/M4A1의 용접 차체와 주조차체를 결합한 경우는 하이브리드 셔먼이라고 부른다. 정리하면 하드웨어적으로 볼 때는 두 사례 모두 이종간 부품의 혼용이므로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부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이종간 부품을 사용했다 해서 무조건 하이브리드 타입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하이브리드를 말하는 데엔 어떤 기준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앞서 동력원의 경우는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니 하이브리드는 형식상의 문제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 각국의 전차 모두를 살펴보면서 하이브리드 여부를 판정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우선 너무나 거창한 이야기인데다 국가별로, 시대별로, 제반 상황 별로 다른 상황에서 일관성있는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애초에 하이브리드의 논의 대상이던 티거와 판터에 한정하여, 즉 WWII 당시의 덕국제 장갑전투차량의 사례만으로 논의를 좁혀 다루는 것이 티거와 판터의 하이브리드 여부를 파악하는 현실적인 기준이 될 것이다.
당연하게도 1호전차, 2호전차, 3호전차, 4호전차, 5호전차, 6호전차로 이어지는 로마숫자 분류명은 종이라고 하기는 굉장히 느슨하다. 가령 3호전차의 경우 3.7cm, 5cm/L42, 5cm/L60, 7.5cm/L24로 이어지는 4종의 주포를 장착했으머 엔진의 형식이 바뀐다거나 미션의 형식이 바뀌는 것은 물론이요 장갑의 두께, 그외 각종 부품의 도입 및 폐지 등으로 인해 같은 전차로 보기가 쉽지 않음에도 3호전차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심지어 포탑 대신 고정식 전투실에 직접 주포를 장착한 형식까지도 3호차대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이 로마 숫자로 구분되는 이름은 종이 아니라 속이나 과에 해당하는 분류로 봐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덕국 전차에는 종에 해당하는 분류가 없을까? 그럴 리가? Ausführung(형식 정도로 번역하면 되려나)라는 이름의 분류가 존재한다. 가령 Pzkpfw III Ausf.E라는 표현은 Panzerkampfwagen III Ausführung E의 약자이며 3호전차 E형으로 번역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Ausführung은 엔진, 무장, 주행기구, 그외 기타 생산상의 주요 변화마다 붙어 원형과 달라진 점이 있음을 표기하는데 사용되었다. 다음 글에서 실제 사례를 통해 개념과 실상을 정리해보도록 하자.